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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노인들에 재롱잔치..숲속에 놀이터....시 사업별 최대 5000만원 지원

노인들에 재롱잔치…숲속에 놀이터…
시, 사업별 최대 5000만원 지원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서 10년 동안 살아온 장영복(60)씨는 평소 동네에 아이들이 놀 만한 마땅한 공간이 없는 것을 안타까워하다 이웃 5~6명과 함께 ‘그리고 만들며 놀자’(그만놀자)란 이름의 소모임을 만들었다. 피시방과 학원을 전전하는 도시의 아이들에게 유년의 기억을 담을 ‘생태적 놀이문화’를 찾아주는 것이 목표였다.

이들이 택한 곳은 방학3동 518번지 일대 공터였다. ㅁ씨 종친회 소유인 2350㎡ 규모의 이 땅은 바로 옆에 북한산 자락의 숲이 있지만, 10년 넘게 버려져 폐기물과 쓰레기가 쌓여 있고 낡은 빈집만 남아 있었다. 이따금 청소년들이 담배를 피우거나 술을 마시러 와 상습 민원발생지이기도 했다. 장씨와 주민들은 이곳 땅을 빌려 공동체 텃밭과 공방, 놀이터 등을 갖춘 주민들의 쉼터이자 아이들의 생태학습장으로 바꾸겠다고 제안했다. 뜻 맞는 주민 30명에게 모두 1000만원을 출자받아 보증금을 마련했고 땅주인을 만나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도봉구청엔 산 주변의 사방공사를 부탁했고, 서울시엔 ‘숲속생태놀이터 숲속애(愛)’라는 이름으로 마을공동체 공간조성사업 신청을 냈다.

서울시는 13일 장씨 등의 제안을 받아들여 지원에 나서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는 지난달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주민제안서를 접수했는데, 접수된 48건을 심사해 ‘숲속애’를 비롯한 19건을 선정했다. 지난 3월 주민들이 주도하는 마을공동체 사업에 올해 24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이래 첫 선정 결과다.

주민제안사업은 주민공동체의 활동 지원과 공간운영 지원 사업 두 가지로 나눴다. 활동 지원 사업은 ‘작고 쉽고 재미있는’ 사업 위주로 10건을 선정했다. 어린이 재롱잔치를 열어 소외된 어르신을 찾겠다(‘채우고 나누는 우리동네 사랑방’, 동작구)거나 주민들이 참여해 운영하는 마을도서관 사업(‘주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도서관마을’, 은평구) 등이다.

공간운영 지원 사업은 9건이 선정됐다. 장씨와 도봉구 주민들의 ‘숲속애’ 터를 비롯해 남산골 해방촌 유휴공간을 마을 창고와 주민 쉼터로 만드는 사업(‘마을기업 해방촌 빈공작소’, 용산구) 등이 뽑혔다. 선정된 사업은 추가 심사를 거쳐 최대 5000만원까지 지원받는다.

조인동 서울혁신기획관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주민제안사업을 받아 심사를 통해 지원할 예정이며,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사업의 구체성, 지속가능성 등이 주요한 심사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