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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마당/마을교육 마을연구

마을이 좋은 당신, 마을 실천 대학을 가다!


 마을활동가들을 위한 대학이 생기다!

 

좋아서 시작했던 마을활동이었는데 요즘엔 별다른 이유 없이 기운이 빠지고 의욕이 없네요.”

마을살이를 좀 더 잘하고 싶은데 제 역량이 부족해서 그런가? 뜻대로 잘 안되네요.”

마을에 저랑 같은 고민을 하는 친구가 있으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힘이 될 거 같은데 주위를 둘러봐도 쉽게 찾을 수 없네요.”

 

서울시에서 마을공동체사업을 지원한지 3년째가 되는 올해. 만약 위의 하소연에 공감하고 동질감을 느낀다면 어쩌면 당신은 마을활동 오춘기를 겪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사춘기는 2차 성징으로 달라진 몸에 적응을 마치고 학교라는 작은 사회를 경험하고 나면 저절로 끝나기 마련이다. 그러나 성인이 겪는 사춘기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오춘기라 구분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고민을 해소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어떤 방법이 있을까?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학교. 비슷한 시기에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은 선생님 또는 선배, 친구들에게 도움을 주고받으며 사춘기를 극복해낸다. 그렇다면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동료를 찾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코치를 만나면 오춘기도 끝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탄생한 게 바로 마을실천대학이다.


지난 7, 마을활동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는 3년차 시기의 마을활동가들을 위해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마을생태계팀과 사단법인 마을에서 마을실천대학 시즌1을 시작했다. 7월말부터 8월 초까지 수강생들을 모집한 뒤 820일 면접을 통해 활동에 대한 고민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 학습에 대한 열정을 가진 교육생들을 선별하였다. 그렇게 총 15명의 수강생과 4명의 코치가 마을실천대학에 모여들어 마을살이에 대한 고민을 함께 시작했다.

 


버려진 탄광, 잊혀진 폐교가 되살아났다! <삼탄아트마인, 감자꽃스튜디오>

 

대학교라면 단연 빠질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MT. 마을실천대학도 대학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기에 예외일 수 없다. 때문에 828~2912일의 과정으로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워크숍의 가장 큰 목표는 학습계획서를 완성하는 것이었다. 마을실천대학의 모토 중 하나가 바로 자기 주도 학습법이기 때문이다. 개인별로 지급된 학습비를 활용하여 스스로 배우고 싶은 강사님을 초대해 강의를 꾸리거나, 그룹별로 모여 공통과정을 설계하는 등 학생들 스스로가 직접 실천하는 말 그대로 실천대학인 것이다. 그러나 숙소에 모여 학습설계만 하면 머리와 가슴 모두 답답한 법. 워크숍은 문화탐방과 지역 공동체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시간 등으로 알차게 짜여있었다.

  

삼탄아트마인(대표 김민석)1964년부터 38년 동안 운영되다 2001년 폐광된 삼척 탄좌 시설을 문화예술단지로 활용한 사례이다. 삼척탄좌 폐광 이후 침체된 지역사회에 활기를 넣어주고 문화예술을 더 가깝게 만들어주는 지역문화 소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정부의 폐광지역 복원 사업에 선정되어 지원금을 받기도 하였다. 각양각색의 마을에서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마을실천대학 수강생들에게도 삼탄아트마인은 하나의 의미로 다가왔다. 버려진 탄광이 예술 공간으로 변화하는 모습은 공동체가 사라진 마을에 변화의 가능성을 볼 수 있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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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을 마치고 수강생들이 찾은 곳은 감자꽃스튜디오(대표 이선철)였다. 강원도 평창에 위치한 감자꽃스튜디오는 삼탄아트마인과 비슷하게 산촌폐교 건물을 재생한 소규모 복합문화공간이다. 버려진 학교에서 평창군, 강원도, 문화부의 지원과 건축가 이종호씨의 설계로 재탄생한 공간은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의 창작과 연구 활동이 이뤄져 왔다. 특히 건물 전면에는 마을홍보와 도농교류 및 농촌관광을 위한 마을갤러리가 추가되어 마을관련 작품과 안내물 전시 및 특산물의 홍보와 마을행사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수강생들은 2층의 옛 강당을 개조한 극장 겸 스튜디오에서 이선철 대표님이 직접 설명해 주는 감자꽃스튜디오의 소개를 들을 수 있었다.


 

감자꽃스튜디오는 폐교를 재생한 것에 그치지 않고 옛날 학교에서 열리던 절기별 행사를 명칭과 취지를 살려 매년 개최하고 있다고 한다. 봄소풍은 마을축제로, 분교캠프는 방학캠프로, 가을운동회는 레포츠로, 성탄극장은 주민송년회 등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처럼 감자꽃스튜디오는 공간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숙박과 식사 및 체험 활동은 지역주민에게 담당케 함으로 마을자원의 효과적인 역할분담과 지역경제활성화에 이바지하고 있었다. 최근에는 마을종합개발사업 등의 권역본부로도 기능하고 있다고 한다. 마을이 단지 마을활동을 하는 사람들만 혜택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갔을 때 마을의 결속력은 더욱 강화되고 재미도 두 배로 늘어나게 될 거라는 걸 감자꽃스튜디오에서 배울 수 있었다.

 



열정으로 가득한 마을활동가들과 코치!

 

숙박을 위해 700빌리지로 이동한 수강생들은 지역 전통음식인 곤드레밥과 수육으로 배를 채우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하지만 휴식도 잠시, 학습계획서를 작성이라는 목적을 위해 수강생들은 다시 한 방에 모여들었다. 수강생들은 자신이 미리 작성해온 학습계획서를 발표하고 서로의 조언으로 수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1시간 30분으로 잡았던 일정은 3시간이 되도록 이어졌다. 수강생들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열기는 저녁 늦게 도착한 코치들에게도 전달되었는지 이튿날 감자꽃스튜디오에서 이어진 코치들과의 그룹 토의까지 활기를 띠게 만들었다. 면접 이후 코치들과 처음 만나는 자리여서 그런지 수강생들의 질문이 이어지고 코치들의 조언이 속사포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일정을 미뤄야할 만큼 학습계획서 작성은 계속 되었고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공통강의에 대한 투표가 이루어지고 최종 공유가 진행되었다. 공통강의란 학습자들의 강의 중에서 함께 들었으면 좋겠다 싶은 강의를 투표로 선별하여 열린 강좌로 진행되는 마을실천대학만의 독특한 방식이다. 공통강의로 등록된 강좌는 강사비가 지원되는 혜택이 있다.



학습계획서를 완성한 수강생들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점심을 먹으러 버스에 몸을 실었다. 비록 12일 워크숍 이후 진행되는 학습 과정은 쉽지만은 않아보였지만 고민을 함께 나눌 동료와 든든한 지원군 코치를 얻은 수강생들에게 걱정은 평창의 맑은 공기 속에 증발해 버린 듯 보였다. 맛집으로 소문난 막국수 집에서 막국수와 수육으로 배를 채운 수강생들은 829일 오후 5시가 돼서야 서울로 돌아왔다. 마을실천대학의 강좌는 11월까지 수시로 진행되며 강좌의 성격에 따라 참석이 가능한 양질의 열린 강좌도 있으니 귀를 쫑긋 세우고 기다려도 좋을 듯싶다. 앞으로의 성과에 따라 마을실천대학은 시즌2, 시즌3으로 계속 진행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번 12일 워크숍을 지켜본 바로는 학생들의 열정이 남달라 앞으로도 마을실천대학이라는 이름을 접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마을활동가들의 오춘기가 환한 미소와 함께 끝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