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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창 강연] 마을에는 정보다 선의가 필요하다

"마을에는 '정'보다 '선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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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창 교수, "마을운동에 있어 선의가 필요" 김우창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21일 오후 서울 은평구 '청년 허브'에서 사단법인 마을과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주최로 열린 '2013 마을, 석학과의 대화'에서 "마을은 '정'으로 연결돼 있지만 더 큰 사회를 위해 '선의'로 제도적인 발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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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뚜벅. 김우창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객석의 박수를 받으며 연단 위로 한 발, 한 발 발을 내디뎠다. 올해 나이 76세. 원로 인문학자가 마을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청중들은 눈을 반짝였다.

'마을의 인간적 구성을 위하여'. 21일 오후 서울 은평구 '청년 허브'에서 열린 김우창 교수 강연 제목이다. 사단법인 마을과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주최로 진행된 '2013 마을, 석학과의 대화' 첫 강연이다. 이날 강연은 <오마이뉴스> 후원으로 열렸다.

김 교수는 연단 배경에 걸린 펼침막을 들여다 보더니 "'마을의 인간적 구성'이라는 표현은 내가 쓴 것 같은데, '위하여'라는 말은 안 했다"면서 "사실은 내가 공부하러 왔어야 했는데, 여기 앉아서 '위하여'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서울에서 진행되고 있는 마을공동체 만들기 움직임과 관련해 "이러한 협동조합 운동이 부분적으로는 성공한 게 있지만, 오랫동안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다"면서 "성미산 마을의 경우, 세계적인 성공 사례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마을 문제, 동심원적으로 생각해야"

▲ '2013 마을, 석학과의 대화' 김우창 교수 강연 21일 서울 은평구 청년허브에서는 '2013 마을, 석학과의 대화'가 사단법인 마을과 서울시 마을 공동체 종합지원센터 주최, <오마이뉴스>의 후원으로 열렸다.
ⓒ 강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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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학과 함께 철학, 경제학 등 여러 학문을 넘나든 김 교수는 이날 2시간 넘는 강연 시간동안, 다양한 사례와 함께 풍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김우창 교수는 먼저, '협동적인 공동체'의 철학적인 역사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협동적인 공동체를 만든다는 것에 대해서 최초로 크게 비판을 한 것이 칼 맑스"라면서 "사회와 역사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에 기초한 공동체 운동을 주장했다"고 말했다.

"맑스 공산주의 선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 '유토피아 사회주의는 해봐야 잘 안 되는 거다. 더 과학적으로 체계적으로 사회를 이해하고 개선 운동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 와서 사회개혁이라는 게 그렇게 체계적인 이해를 통해 이루어지느냐. 역사에 관한 일목요연한 관점에서 사회를 분석하고, 거기에 맞춰서 혁명운동을 하고… 오히려 안 되는 이야기 같다."

김 교수는 이어 "그 다음에 나오는 것이 칼 포퍼"라면서 "포퍼는 사회를 고쳐가는 것은 한 번에 되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고쳐가는 수밖에 없다고 봤다"고 전했다.

"포퍼는 세계를 한 번에 일목요연하게 주무르는 것이 망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부분적인 공학을 통해서 고쳐가야지 이걸 맑스가 생각하는 것처럼 전체적으로 뜯어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부분적인 관점으로부터 출발해서 잘 해야 한다.' 저는 이것이 오히려 과학적인 접근인 것 같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 조금씩. 이러한 방식은 마을운동에도 적용된다. 김 교수는 "삶의 여러 조건들은 동심원적인 테두리를 이루고 있다"고 강조했다.

"내가 있고, 가정이 있고, 친구가 있고, 그 밖에 고향, 사회가 있고 세계가 있고 이게 다 하나가

 

아니다. 다 동심원적인 관계를 이루고 있다. 자본주의 문제를 해결하면 내 문제, 내 친구 문제, 내 고향문제 다 해결되나.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 아니다. 내 집안문제, 고향문제, 친구문제, 마을문제… 동심원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선의가 일반화되려면 정이 떨어져야 한다"

김 교수는 '마을'과 '사회'의 연결을 위해 '정' 보다는 '선의'를 강조했다. 정과 선의는 어떻게 다른 걸까. 김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전라남도 함평군이 내 본적지인데, 어릴 때 본적지에 갔다가 내가 한 번 얻어맞을 뻔 했다. 낯선 놈이 우리 촌에 돌아다니니까. '어떤 괴물이냐. 너 이리와.' 그래서 내가 우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누구고 하니까, 괜찮다고 하더라. 그 마을에서 정은 많지만 선의는 없는 거다.

또 다른 예는, 내가 미국 횡단 몇 번 왔다 갔다 한 적 있다. 인적이 없는 미국 서부에 헌차를 세워놓고 구경을 하고 있었는데, 뒤에 오는 차가 대로변에 서 있기에 내가 도와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건 선의지만 정은 아니다. 선의는 인간 모두를 인간으로 보게 하는 보편적인 정신이 일반화된 것이다."

김 교수는 "마을운동에 있어서도 선의라는 것은 중요하다"면서 "이러한 선의가 일반화되려면 정이 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떨어져야 한다는 건, '우리가 남이 아니다'라는 옛날 정치하던 사람들이 하던 말 있지 않나. 남도 잘 돼야 하는데, 우리는 우리끼리 잘 살아야한다? 이런 걸로는 안 된다. 외로움, 정이 없는 상태를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정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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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 마을 석학과의 대화, '뜨거운 열기' 21일 오후 서울 은평구 '청년 허브'에서 사단법인 마을과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주최로 열린 '2013 마을, 석학과의 대화'에서 참석자들이 김우창 이화여대 석좌교수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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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867733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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